“안녕하세요. 저는 발달장애가 있는 당사자입니다. 저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요. 엄마는 매일 나 때문에 서울시청을 간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싫습니다. 엄마가 아파서 돌아가실까봐 걱정입니다. 저 혼자 남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박원순 시장님, 우리 엄마 목소리에 귀기울여주세요.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더 이상 엄마가 시청에 나가지 않게 해주세요.”
-발달장애인 당사자 발언 중

 ▲ ‘전국 장애인부모 총력 결의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전국 장애인부모 총력 결의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장애인부모 단체들이 서울시에 전국 단위 투쟁을 선포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이하 연대)는 17일 서울시청 앞에서 ‘전국 장애인부모 총력 결의대회’를 열고 서울시 발달장애인 생존권 보장을 촉구했다.

연대에 따르면 지난 4월 연대 서울지부는 발달장애인법 제정 이후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6대 정책요구안을 서울시청에 전달하고 협상을 진행했다.

그러나 서울시청은 연대의 정책요구안에 대해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 이에 항의하는 발달장애인 당사자들과 부모들을 무력으로 내쫓았다.

이에 부모들은 항의하며 지난 4일부터 14일째 노숙농성을 서울시청 후문에서 이어가고 있다.

 ▲ ‘전국 장애인부모 총력 결의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서울시청 앞에 모였다. 
▲ ‘전국 장애인부모 총력 결의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 서울시청 앞에 모였다.

연대는 이날 결의대회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생존권을 짓밟고 자녀와 부모들에게 폭력을 동원해 억압한 서울시청을 규탄하며 전국 단위 투쟁을 예고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종술 회장은 “10여 년 동안 자녀들을 위해 단식을 하고 삭발을 하면서 발달장애인법 등을 비롯해 많은 정책들을 관철시켰다.”며 “그런데 서울시는 아름다운 집회문화를 만들기 위해 단체들이 집회나 농성을 하면 합의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말인지 나는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이어 “지금 아스팔트 바닥에 부모들이 나와 투쟁을 하는 것은 박원순 시장이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지 않은 채 자녀들과 부모들을 끌어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부모가 죽어서도 자녀들이 법의 보호 속에서 지역사회에 살아가는 것이다. 그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또한 이날 연대발언으로 나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를 가족과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정부와 지자체를 비판했다.

박 상임공동대표는 “부모들이 왜 자녀를 위해 죽어야 하는지, 장애가 있는 자녀와 동반자살을 해야만 하는지 묻고 싶다.”며 “자녀가 수급권을 받기 위해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부모들이 선택하는 것은 바로 ‘내가 죽는 것’이다. 그래야만 내 자녀가 정부와 지자체의 보호 속에서 살수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게 바로 현재 정부와 지자체가 하고 있는 정책이다. 왜 가족과 개인에게 삶의 짊을 떠넘기려 하는가.”라며 “부모들이 지금 여기 나와 있는 것은 이를 알리기 위함이다. 우리 또한 연대해 함께 알려나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전국 장애인부모 총력 결의대회’ 대표단이 서울시청 민원실에 요구안과 카네이션을 전달하고 있다. 
▲ ‘전국 장애인부모 총력 결의대회’ 대표단이 서울시청 민원실에 요구안과 카네이션을 전달하고 있다.

결의대회가 끝난 뒤 연대 대표단은 민원실을 방문, 카네이션과 함께 요구안을 전달했다.

이들은 “우리는 부모로서 자녀들을 지켜주지 못했기 때문에 카네이션을 받을 수 없다. 그래서 이 카네이션을 요구안과 함께 박원순 시장에게 대신 전달하려 한다.”며 “우리들의 목소리를 박원순 시장이 들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연대는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노숙농성을 비롯해 전국 단위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